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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바닥서 10조 만든 ‘믿음의 베팅’… 템플턴·로리, 위기 넘어 글로벌 행보

정주필 기자

승인 2025-08-11 09:46:34

로리 나이트 회장
로리 나이트 회장

[블록체인투데이 정주필 기자] 1998년 IMF 외환위기 직후, 한국 경제는 전례 없는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었다. 원화 가치는 폭락했고, 대기업들은 줄줄이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주식시장은 연일 폭락세를 이어가며 외국 자본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국내외 투자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이 시점, 전설적인 가치투자자 Sir 존 템플턴(John Templeton)은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다.

그의 투자 철학은 단호했다. “비관이 극에 달하면 투자하라.”

템플턴 경은 이 철학을 실천에 옮기며 Matthew Korea Fund를 통해 약 1,000억 원(미화 1,000만 달러 이상)을 한국 시장에 투입했다. 물가를 반영한 2025년 현재 가치로 약 1,800억 원에 불과하지만, 당시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기업 주가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10조 원 이상의 구조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된다.

■ 위기 속 포트폴리오
Matthew Korea Fund의 투자 종목은 위기 극복의 주역이 된 핵심 기업들이었다.

삼성증권, 삼성전자, KTF(현 KT), 하나은행, 국민은행, SK텔레콤, 한국전력, 신세계, 삼성화재, 삼성SDS, LG정보통신, 다콤, 당시 존재하던 삼성은행, 상업은행 등 15곳 이상이 포함됐다. 일부는 합병·재편을 거쳤지만, 공통점은 모두 당시 산업별 최전선에서 재건의 동력을 제공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템플턴 경의 과감한 선택은 곧 성과로 이어졌다.

* 2001년: 연간 52.57% 수익률, 일본 외 아시아 펀드 중 최고 실적
* 2003년: S&P500이 20% 이상 하락할 때도 한국 시장에서 8.5% 수익 기록

이는 단순히 펀드 수익을 넘어, 외국인 자본의 한국 신뢰 회복을 상징하는 사건이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이를 두고 “외국인 자본이 돌아오는 분수령”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로리 회장, 템플턴 경과의 인연에서 글로벌 금융 무대까지
현재 글로벌 금융계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인물은 로리 회장이다. 로리 회장은 존 템플턴 경이 설립한 옥스퍼드 경영대학원(University of Oxford Business School)의 초대 학장으로 인연을 맺은 후, 3대째 존 템플턴 재단(John Templeton Foundation)의 ‘투자 의장(Investment Chair)’을 맡고 있다.

2024년 5월 8일, 뉴욕 OTC Market 본사에서 열린 ‘Korea Investment Day’에서 로리 회장은 전 세계 자신의 인맥을 한자리에 모았다. 당시 참석했던 재단과 기관만 80곳 이상, 결합된 운영 자산 규모는 17조 달러(약 23.6경 원)에 달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한국의 가능성은 한국인의 교육열과 사람에 달려 있다” 고 강조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속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설파했다.

로리 회장은 2023년 12월 Jakota Capital AG를 설립한 직후, 첫 대형 투자 프로젝트로 한국 K-POP Index ETF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한류를 향한 글로벌 투자 시대의 문을 열었다.

■ 글로벌 네트워크와 전략적 M&A
현재 로리 회장은 스위스 증시에 상장된 Youngtimers AG 회장을 맡고 있으며, 이 회사의 최대 주주는 페라리(Ferrari)를 지배하는 Agnelli 패밀리다. Youngtimers AG는 홍콩 기반 프라이빗 에쿼티 하우스 C Capital을 소유하고 있고, 로리 회장은 C Capital 회장직도 겸하고 있다.

C Capital은 홍콩 재벌 Adrian Cheng과 연계돼 럭셔리·리테일·테크놀로지·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굵직한 프라이빗 딜을 성사시켜왔다. 이를 통해 로리 회장은 아시아·중동·유럽을 아우르는 투자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또한, 그는 Jakota Capital AG 회장으로서 최근 KingKey Financial 인수를 발표하며 아시아 및 글로벌 금융 자산, IB 네트워크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향후 글로벌 금융 판도를 재편할 수 있는 대규모 M&A 포석”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 위기와 기회, 그리고 반복되는 역사
1998년의 템플턴 경과 2025년의 로리 회장은 시대와 무대는 다르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

템플턴 경은 ‘믿음의 자본’으로 한국 경제 회복의 불씨를 지폈고, 로리 회장은 글로벌 무대에서 금융·투자 네트워크를 확장하며 새로운 성장의 판을 짜고 있다.

결국 두 사람의 행보는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진정한 가치는 혼돈 속에서 기회를 보고, 그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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