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투데이 정주필 기자] 전통 금융의 거인 블랙록(BlackRock)이 2024년 3월 출시한 ‘BUIDL’이 블록체인 업계와 전통 금융권 모두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관 전용 증권형 토큰처럼 보이지만, 구조를 뜯어보면 스테이블코인의 특징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BUIDL은 이더리움 네트워크 상에서 발행된 ERC-20 토큰으로, 1토큰=1달러의 가치를 유지한다. 토큰 가치를 담보하는 준비금은 100% 이상이 미국 국채, 현금, 환매약정(RP)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USDC나 USDT와 같은 주요 스테이블코인 운용 방식과 유사하다.
또한 블랙록은 투자자에게 24시간 365일 실시간 환매 기능을 제공한다. 이는 전통적 머니마켓펀드(MMF)처럼 T+1~T+2일 결제가 아닌, 스테이블코인과 같은 T+0 결제를 구현한 것이다.
그러나 BUIDL은 명백히 증권의 성격도 갖는다. 토큰 보유자에게 이자가 지급되기 때문에 미국의 ‘하위 테스트(Howey Test)’ 기준상 증권에 해당한다. 여기에 최소 투자금액이 500만 달러로 설정돼 있어 일반 개인은 접근할 수 없는 기관 전용 상품이며, SEC 규정(Reg. D 506c)에 따라 발행됐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BUIDL은 스테이블코인과 증권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혼합형 모델”이라며 “이로 인해 ‘증권-결제 수단 연속체(Security-Payment Spectrum)’라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SEC나 OCC와 같은 규제 당국은 결코 무식한 집단이 아니다. 다만 담당 업무 범위가 넓어 새로운 디지털 자산 분야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을 수 있다”며 “규제를 무작정 탓하기보다, 제도권과 긴밀히 협의하며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한 개척자의 길”이라고 강조했다.
전통 금융과 블록체인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BUIDL은 그 경계선을 과감히 허무는 실험이자, 미래 JP모건·골드만삭스가 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info@blockchaintoday.co.kr